최근 여행업계가 발표하는 해외여행 예약률과 매출액에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여행 수요가 상당히 늘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여행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과장된 수치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3월21일부로 백신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가 해제되면서 해외여행 심리는 달아올랐다. 자가격리가 해외여행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만큼 격리 조치를 해제한다는 발표 직후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문의는 늘어났다. 오랜만의 활기에 주요 여행사들은 3월 한 달 내내 격리 해제 조치 이전과 이후 증가한 예약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적게는 100%에서 많게는 1,000% 이상에 달했다. 홈쇼핑 방송 결과도 줄줄이 공개됐다. 3~4월 진행된 홈쇼핑 방송에서 몇몇 여행사들은 단시간에 수 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고, 주요 언론 매체와 방송에서는 이를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여행사들이 발표한 실적에는 맹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성장률의 경우 비교 기준이 해외여행 수요가 바닥을 맴돌던 시기여서 기저효과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3월 기준 하나투어의 전체 모객 수는 6,814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81.11% 증가했지만, 2019년 42만2,111명과 비교하면 1.6%에 불과한 수준이다. 4월도 마찬가지다. 4월6일 기준 하나투어는 4월 모객 수가 전년동월대비 625.6%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4월 전체 모객 수가 고작 1,903명이었으니 올해 4월 전체 모객 수는 1만3,808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2019년 42만2,044명의 3.3% 수준이다. 4월6일 시점의 모객실적이니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성장률이 아무리 폭증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홈쇼핑 방송 결과도 마찬가지다. 홈쇼핑의 경우 방송 중 거둔 콜수와 예약건수는 출발을 확정한 상태라고 볼 수 없다. 방송 이후 해피콜을 통해 출발 인원과 날짜 등을 확정하는데, 전체 콜수에서 10~20%만이 예약확정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500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에서 5,000콜을 받았다고 해서 25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여행업계의 현실도 겉으로 보이는 성장률과 홈쇼핑 결과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여행사들은 여전히 단축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무급휴직으로 복귀하지 못한 직원들도 수두룩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문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20~30% 수준이며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며 “실제 여행산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력 유지를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큰 폭의 성장률이나 수 백억원에 달하는 가매출액만 보면 여행업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듯 보인다. 이런 착시와 오해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정부나 지자체가 고용유지지원과 같은 지원 정책에서 여행업을 배제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복귀하지 못한 직원들도 많고 정상적으로 회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러 실적 자료들이 해외여행 심리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과장된 포장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고은 기자 / 출처 : 여행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