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방송료에도 홈쇼핑은 블랙홀처럼 여행업계를 빨아들이고 있다. 높은 방송료가 수익 구조를 악화한다는 판단에 홈쇼핑을 자제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던 일부 여행사들도 최근 슬그머니 홈쇼핑을 다시 찾았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방송료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약 10~1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평균 7,000~8,000만원 상당의 방송료를 지불했다면 최근 평균 가격은 8,000~9,000만원 수준이며, 피크 타임에는 1억3,000만원까지 받는 홈쇼핑사도 있다고 알려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지난 3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발표 이후 오랜만에 홈쇼핑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로모션 차원으로 방송료를 할인해주는 일부 업체들도 있었다”며 “이제는 조정이 거의 불가한 상태로 상승한 방송료 제값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방송료에도 최근 홈쇼핑에는 해외여행 상품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방송료 부담에 판매채널로서 홈쇼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고심하던 하나투어, 한진관광, 모두투어 등 일부 메이저 여행사들도 4월 들어 하나둘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전사적으로 홈쇼핑 규모를 최소화하겠다는 노선을 유지해왔는데 지난 17일 코로나19 이후로는 처음 홈쇼핑 카드를 꺼내들었다. GS홈쇼핑에서 진행된 스페인 일주 패키지에는 상담 약 1,400건이 접수됐고, 방송 후 이틀차인 19일 기준 약 300명이 실제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피콜을 돌리고 있는 단계에서 방송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4월30일에는 현대홈쇼핑에서 이탈리아 일주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앞으로 홈쇼핑을 이어갈지에 대해 고심하는 가운데, 5월 방송 여부는 4월20일 기준 결정되지 않았다.

3~4월 여러 여행사들이 진행한 홈쇼핑 결과에 대해 평가는 분분하다. 일부 여행사는 방송 중 수천 콜수가 나왔고 전환률도 기대 이상이라고 자평하는가하면, 방송 후 막상 상담을 진행하면 현실적인 장애물에 여행을 결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너무 많다고 푸념하는 쪽도 상당하다. 특히 판매 과정에서 입국시 PCR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현지 확진에 대해 가장 염려해 여전히 실예약으로 전환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송 결과도 들쭉날쭉한데다 방송료를 생각하면 과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채널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을 놓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량 판매 채널로 여전히 효과가 가장 높다고 판단해서다.

여행사들은 홈쇼핑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5월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입국 제한이 비교적 덜했던 괌‧사이판‧하와이 등 휴양지와 유럽 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5월에는 동남아시아 여행 상품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유럽 상품에 비해 심리적 가격 저항선이 낮은 편이라 더 큰 출혈 경쟁도 예상된다. 또 제한된 항공 공급에 항공사로부터 그룹 좌석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유류할증료까지 크게 올라 부담을 키웠다. 게다가 메이저 여행사들이 하나둘 홈쇼핑 대열에 추가 합류하면서 홈쇼핑 경쟁에 불을 붙일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손고은 기자 / 출처 : 여행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