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부 여행사들이 선판매한 해외여행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파격적인 가격과 조건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막상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도 항공 좌석 부족과 최소 출발 인원 제한에 현실적으로 원하는 일정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여행사들은 양국 간 자가격리 지침이 해제되면 사용 가능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여행심리를 자극했다. 당시 A여행사에서는 1년 내내 동일한 요금으로 사용 가능한 항공권을 선보였는데 하노이 항공권은 약 35만원부터, 방콕 항공권은 약 45만원부터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또 다른 몇몇 여행사들은 홈쇼핑에서 항공권은 불포함이지만 현지 이동, 숙박, 식사, 가이드 투어 등을 모두 포함한 터키 상품을 9만9,000원에 선보이며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5월4일 기준 6월15일~19일 하노이 왕복 항공권은 최저 약 42만원, 방콕 왕복 항공권 최저가는 약 69만원 수준이니 당시 여행상품들이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가격으로 판매된 것은 분명하다.

해당 상품들을 예약한 소비자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21일부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이 해제되고 단계적 일상회복에도 가속도가 붙으면서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지난해 구매한 특가 여행을 예약할 수 있는 시기는 하반기가 훌쩍 지나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된다는 전제로 판매했지만 항공사들도 당장 코로나19 이전만큼의 항공스케줄을 운항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여행사의 경우 양국 간 자가격리가 해제된 상태에서도 지난해 판매한 특가 항공권의 사용 가능 시기를 10월 이후로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예약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항공 불포함 터키 특가 패키지 상품 예약자들은 직접 항공권을 구해야하는데, 원하는 일정에 맞는 항공권을 구할 수 없거나 출발 가능한 일정을 찾기 어려워서다. 하반기 일부 날짜에 예약을 걸어놓은 여행객도 더러 있지만 최소 출발 인원 약 20명이 모이지 않으면 7일 전 취소되거나 비슷한 시기의 출발 가능한 날짜로 변경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또 항공 운임이 크게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0월 출발 기준 인천-이스탄불 왕복 직항 항공권은 약 160~18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공 운항 여부와 좌석, 호텔, 차량 등을 명확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판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해외여행 심리를 부추기고 환심을 사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당분간 사용이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오히려 여행사에 대한 신뢰를 잃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도 국제선은 2019년의 약 50%만 운항하게 될 예정이라는데 제한된 항공 공급 안에서 소비자들의 여행이 모두 매끄럽게 마무리될지 미지수”라며 “해외여행이 재개되는 지금이라도 여행산업 전체를 위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과도한 가격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고은 기자 / 출처 : 여행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