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운항 취소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권을 판매한 항공사와 여행사, 항공 운항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까지 마땅한 대응을 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운항 취소로 난처해진 상황을 토로하는 글이 종종 공유되고 있다. 항공권을 구매한 후 출발 확정까지 받고 호텔이며 투어 등을 예약했는데 갑자기 운항 취소 통보를 받아 계획했던 일정대로 출발하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항공사에서는 항공권을 환불해주거나 대체편을 안내하는 것 외에 별다른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는다.

최근의 항공사 운항 취소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와 탑승률이 저조한 경우다. 6월29일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첫 취항 예정이었던 에어프레미아는 해외 판매 사이트와의 시스템 연동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돌연 취항일을 7월15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항공사 사정으로 인한 일방적 취소인데도 이에 따른 소비자 손해에 대해서 항공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불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인천-싱가포르 항공권을 구매했던 한 소비자는 “첫 취항한다고 여기저기 기사도 내고 결제 후 출발확정 안내까지 했으면서 갑자기 취소됐다고 연락해왔다”며 “시스템도 다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권부터 판매했으면서 갑작스런 취소에 대한 손해 배상은 전혀 하지 않고 항공권만 환불해주겠다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 국토부의 승인 불허로 운항이 취소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운항 승인을 받지 않은 항공사가 사전에 모객하는 것이 금지 조항이 아니므로 항공권 선판매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애초에 운항을 승인받지 않은 채 항공권부터 판매가 가능하다는 지침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소비자는 “소비자가 항공권을 취소하면 취소수수료를 지불하도록 규정해 놓고서는, 항공사가 운항을 취소하면 환불 외에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건 불공정하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처럼 항공사 운항 취소로 인한 소비자 민원이 증가하자 국토부는 항공사와 여행사들에게 변동성에 대해 판매 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해달라고까지 요청했다. 현재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등에서는 전자상거래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경우 계약체결 전에 취소·환불 관련 거래조건을 제공해야 하며, 이 경우 소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글자크기·형태 또는 색상 등을 차별되게 강조하고, 별도의 연결페이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항공사와 여행사에서는 항공권 구매 과정에서 ‘항공 스케줄은 사전 예고 없이 항공사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를 안내해왔다. 하지만 팝업이나 별도의 문자 등을 통해 변동성을 강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편이 취소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고객이 별도로 예약한 환불불가 호텔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등 구체적인 부분을 강조한다면 소비자들은 선택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매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어 특별히 강조할 만한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토부는 판매처에게 대응을 미루고, 항공사나 여행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결국 항공사나 여행사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코로나19 외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다.

손고은 기자 / 출처 : 여행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