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동남아 저가경쟁이 극에 달했다. 베트남은 20만원대,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30만원대 상품이 등장했다.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하드블록을 소진해야 하는 여행사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초저가 긴급모객에 나서고 있다.

올 여름 동남아 패키지여행 목적지는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6월30일 현재 주요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7월 초 베트남 다낭 상품을 살펴보면, 교원 여행이지·노랑풍선·인터파크투어가 29만9,000원, 모두투어가 34만9,0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전면 개방 시점인 5월(39만9,000원~)보다 최저가는 오히려 더 내려갔다. 동남아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필리핀 세부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도 30만원대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마진은 포기하더라도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판매하려고 해도 상품가가 올라가면 가격저항이 발생해 모객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다보니 여행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눈치싸움 끝에 저가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코로나 이전 수준의 출혈경쟁 이면에는 하드블록이 존재했다. 지난 3월 해외입국자 격리면제 조치가 시행되며 여행업계는 올해 여름을 본격적인 회복의 시기로 점치고 항공좌석 확보에 나섰다. 성수기 안정적인 상품 운영을 위해서는 항공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다수의 여행사들이 여행수요 폭증에 대비해 일찌감치 항공사와 하드블록 계약을 체결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출발일자는 다가오는데 모객이 여의치 않아 수차례 계약을 조정한 끝에 하드블록을 처음의 50% 수준으로 줄였다”라며 “사실 조금도 판매되지 않는 노선이 수두룩한데 해당 항공사에서 아예 웨이버를 해주지 않아 6말7초의 경우 좌석당 30~40만원 손해를 감수하고 상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여행사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하드블록이 적은 여행사가 승자’라는 '웃픈' 농담이 오갈 정도다.

하드블록을 소진해야 하는 상황 속 모객 부진도 한몫했다. B여행사 관계자는 “7월 초중순까지는 예약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고 그나마 7말8초 예약이 들어오는 중”이라며 “코로나 이전에는 여름 성수기에 좌석을 열어놓기만 해도 알아서 예약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제휴 채널 등을 활용해서 꾸역꾸역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많게는 1억이 넘는 높은 방송료에도 홈쇼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목적지별로는 항공공급이 가장 활발한 다낭 예약이 비교적 많고, 이외 동남아 지역은 다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랜드사들은 마이너스피로 신음 중이다. 한 베트남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되며 요즘은 1인당 마이너스 180달러에서 시작하고, 손님에게 받는 기사·가이드팁 50달러가 전부”라고 말했다. 기존에 동남아 저가 상품의 경우 쇼핑과 선택관광을 통해 여행사와 랜드사가 손해를 메우는 구조였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 태국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단체관광객을 위한 데이투어와 마사지숍 등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선택관광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단체손님이 꾸준히 있어야 상품 운영에 필요한 현금이 유통되며 행사를 이어갈 수 있는데 모객 자체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 한국에서 알바하는 게 낫다는 랜드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패키지여행 회복 시기로는 올해 겨울이 점쳐졌다. 여름과 가을을 시작으로 전통적인 동남아 성수기인 겨울에는 본격적으로 여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공행진 중인 항공가가 안정을 찾고 여행수요가 늘어나면 상품가도 초저가를 탈피하고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은지 기자 / 출처 : 여행신문